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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이 핀 자리
꽃이 핀 바로 그 자리에
열매가 열리듯,
지는 꽃잎에 황홀한 외로움 스며와도
나는 여기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겠다.
내가 꽃잎으로 지는 날
올 때까지는
지금 있는 이곳에서
오래도록 흔들리고
그리워하며
하루하루를 오붓하게 살아낼 것이다.
- 공상균의 《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》 중에서 -
*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
철 따라 언젠가는 질 것입니다.
그러나 피어있는 동안
햇살과 바람과 이슬과 만나며
눈부신 빛깔과 향기로
모두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.
그러다 어느 날,
꽃이 핀 그 자리에서
튼실한 열매가 자라날 것입니다.
꽃은 그걸로 충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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